사랑받는 것도 재능이지 싶다. 부족함 없이 바른 심성으로 곱게 자란 사람이 타인에게 너그럽고 매너도 좋아서 삶의 방식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품어 보지 않고서도 훌륭한 신사일 수 있는 것처럼, 인상이 좋거나 호감을 잘 사는 성격이어서 대체로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도 이미 스타트라인에서 5할은 앞서 뛴다고.
내 이야기를 하자면 어느 정도 그런 타입인 듯 한데 단지 성격이 때론 가차없이 모날 때가 있어서 미움을 산다한들 크게 마음에 두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주위에 적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을 느끼는 타입이랄까.
그럼 편이 갈릴텐데, 기본적으로 사랑받기 쉬운 타입으로서 대개 주류에 있으므로 마음이 아니 맞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지메하는 나쁜 넘으로 비추어 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소수를 깔아뭉게는 권력형 또는 아첨형은 더더욱 경멸하기에 약한 애 괴롭히기 이런 건 취향이 아니다.
세련됨은, 예컨데 뉴욕신사라든지 러브 액츄얼리에 나오는 댄디하고 쿨하고 선을 넘지 않는 도시형 남자는 패턴이다. 남의 신혼집 문간에서 종이짝 넘기면서 넌 내거여야 하는데 쿨한 나는 여기까지만 하겠다라는 로맨틱한 찌질함을 보면…
그런 정형화된 로망스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게 멋있는 건지 폼나는 건지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첫데이트나 그 이후 연애를 하는데 있어서 편안한 상대임엔 틀림없을 터. 솔직히 나쁜 남자 콘셉 같은 건 캐매력 카리스마 있는 일프로에 국한된 얘기일테니. 평범 혹은 어딘가는 어느 정도 매력있는 외모에 좀 좋은 화이트칼라에 중산층 집안의 대도시에 사는 이삼십대의 남자가 택할 수 있는 확률적으로 높고 안전한 자기 콘셉 꾸미기 전략은 매너 좋고 쿨하지만 로맨틱한 도시남일 수밖에. 양말도 촌스런 흰색밖에 없고 청바지도 디젤이니 리바이스 빈티지니 이런 건 들어본 적도 없이 아무거나 입고 다니지만 용접도 할 줄 알고 투바이트투 같은 각목 몇개만 있으면 사람 하나 가볍게 후두려 팰 줄 아는, 아니 넝담이구…, 의자 정도야 뚝딱 만들어 내는 내추랄 순박 청년이 근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의 첫데이트에서 어떻게 그 만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겠냐고.
연애의 방식, 사랑의 방식은 개인적인 차원이라고들 생각하기 쉽지만, 패션이나 학과 인기 순위처럼 사회가 정하는 기준에 맞추려 끊임없이 영향받는다는 생각에 미치면, 매의 눈으로 예쁜 여자 허벅지를 흝는 지하철에서의 욕망이 차라리 순수해 보일 지경이다.
사랑은, 특히 그 후의 결혼은 서로 맞추어 가는 거라고들 얘기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첫 눈맞춤이 오고 갔을 때 부리와 발톱을 세워 잡아먹을 듯한 욕구와 느낌이 없는데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부터 맞춰가야 하며 또 왜 그래야만 하나. 사회적 기준과 관습은 왜 그런 게 생겨났는지 이해하고 따를 건 따르지만, 사랑하고 결혼하고 꿈을 찾아가는 과정에는 자기자신만이 있다고 믿는다.
쿨함, 배려, 선물, 에티켓, 첫데이트가 유행이라면 따라쟁이일 뿐. 문을 잡아주고 눈인사를 나누어 같이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의자를 빼어죽며 상대방이 느낄 따듯함에 나도 같이 훈훈해 질 수 있음을 느끼지 못한다면 왜 그따위 닭살 돋는 짓을 할 필요가 있나. 사랑도 연애도 누군가의 표준이 아니라 그걸 하면서 느끼는 나의 행복감, 나의 욕망, 그리고 내 것을 나누어주는 보람이어야 한다.
쉬이 호감사지 못하는 타입이라고 호감있는 사람 따라하지 말자. 열명에게 미움받아도 사랑은 일대일로 하는 것. 한 넘만 잡고 팰 열정이 있는지부터 고민하는 게 순서다. 부족한 것 없는 엄친아의 따스한 시선과 여유로와서 둥글게 둥글게 사랑받을 수 있는 재능을 부러워하지 말자. 독한 놈은 독하게 살 수밖에 없다. 좌절하는 게 병신짓 아닌가.
흠, 결론을 내리자면,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트루 로맨스입니다. 흠.